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스라엘의 종교-하] 숨겨진 현실…팔레스타인은 신음한다

예수가 태어난 땅…복음이 시작된 곳 지금은 상처, 아픔, 그리고 가난이 존재 선교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팔레스타인 편견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팔레스타인은 신음한다. 상처와 아픔으로 점철된 서러운 삶은 눈물도 마르게 했다. 그들은 지금 ‘하늘만 뚫린 감옥’에 산다.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은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고립은 슬픈 현실을 양산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는 이스라엘 영토 내에 존재한다. 이스라엘을 논할 때 팔레스타인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수많은 교회가 이스라엘과 유대인 선교의 중요성을 외칠 때 그들은 자연스레 선교의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팔레스타인을 배제한 이스라엘에 대한 이해는 선교 적 시각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서안지구(West Bank)를 찾아갔다.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이 있는 곳이다. 복음의 온기가 스민 땅, 현실은 차갑다. ◇콘크리트 장벽에 갇힌 그들 이스라엘 시내의 도로표지판은 3개 언어로 구성돼 있다. 히브리어, 영어 그리고 아랍어다. 표지판 하나에 구성원의 복잡성이 묻어난다. 물론 언어권에 따른 종교도 나뉜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유대인을 비롯한 여러 인종과 종교가 어우러지는 다민족 사회다. 다양함을 아우르는 화합의 가치를 지향한다. 중동지역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그런 어울림엔 숨은 역설이 존재한다.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의 현실이다. 묵직한 회색 콘크리트 장벽(높이 8미터)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처까지 가뒀다. <본지 2013년 12월26일.12월27일자 A-1면> 그들은 이스라엘이 자치지역으로 내준 서안지구(장벽길이 약 700km)와 가자지구(장벽길이 약 100km)에 갇혀 살아간다. 명칭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이지만, 실상은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장벽 검문소마다 중무장을 한 이스라엘 군인이 출입을 제재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려면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책을 펴낸 이백호 목사는 “팔레스타인 청년을 만난 적이 있는데 태어나서 장벽 밖으로 단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바다’라는걸 본적이 없어서 그것이 어떤 개념인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개신교 비율 1% 미만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는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이 있다. 순례객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예수가 탄생한 성지(베들레헴)를 마음껏 넘나들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도시 감옥일 뿐이다. 예수가 태어난 지역이라는 이유로 베들레헴이 발산하는 성스러운 이미지는 현실을 가린다. 취재 도중 서안지구 BBC 특파원인 요세프 쇼말리 기자를 만났다. 그는 팔레스타인 개신교인으로서 베들레헴에서 가족과 함께 산다. 쇼말리 기자는 “나의 가족들도 팔레스타인에서의 생활이 힘드니 떠나자고 했지만 누군가는 이곳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바로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베들레헴은 성지란 이미지 때문에 기독교 인구가 많을 것 같지만 현실은 모슬렘이 다수”라며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로 따져도 개신교 비율은 1% 미만”이라고 말했다.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 지금의 팔레스타인은 성서에 등장하는 ‘가나안 땅’과 대부분의 지역이 일치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역사적 가치 대립은 오랜 갈등의 원인이다. 현대 이스라엘의 건국 배경에는 성서의 기록을 근거로 ‘가나안 땅’의 실질적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시오니즘(Zionism·유대민족주의운동) 사상도 뒷받침 돼있다. 아기 예수로 인해 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알려진 그 땅은 깊은 아픔이 침전돼 있다. 그들의 갈등은 현대 사회로 거슬러 오면서 영토 분쟁, 자결권, 유대인 정착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더해지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발생한 두 번의 인티파다(Intifada·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민중봉기)는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1차 인티파다 기간이던 1992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선교를 시작한 강태윤 선교사는 “팔레스타인은 과거 한국이 겪었던 역사와 흡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특히 한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많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인티파다로 인해 당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연도 많이 접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도시화된 외부(이스라엘)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빈집, 무너진 건물, 폐허가 돼버린 공터는 팔레스타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상주하는 한인 선교사의 숫자도 차이가 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에는 한인 선교사가 100여 명이 넘는 것에 반해 팔레스타인 지역은 겨우 다섯 가정이다. 그만큼 선교에 대한 환경적 어려움을 나타내는 비율이기도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한국 교계의 전략과 선교 적 시각의 불균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기독교 내부의 편견도 그 땅에 대한 편견을 불러왔다.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민족의 적국인 성경 속 ‘블레셋’과 동일한 개념으로 여기는 거다. 고대 블레셋 족속과 현대 팔레스타인 사람은 전혀 다른 민족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블레셋은 인종적 구분이고, 현대의 팔레스타인은 지리적인 명칭일 뿐이다. 이스라엘 인근 지역은 이스라엘 건국(1948년) 전까지 ‘팔레스티나’로 불렸는데, 이는 ‘블레셋인(Philistines)’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는 기독교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을 ‘블레셋’의 후예로 낙인찍어버리는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는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기독교에 대한 정서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엔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에 있어 타 이슬람권에 비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 차디찬 현실에 다시 온기(복음)가 회복될 가능성이다. "한인 교회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팔레스타인 강태윤 선교사 팔레스타인 위한 선교 기지 필요 복음 전할 가능성과 기회 많은 곳 베들레헴에는 성경 속 룻기의 배경이 되는 ‘보아스의 뜰’이 있다. 그 뜰은 이삭을 줍던 룻이 남편이 될 보아스를 만난 곳이다. 훗날 예수가 그들의 혈통을 통해 탄생하는데 있어 계기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 보아스의 뜰 앞에는 오늘날 팔레스타인 선교의 전진 기지가 될 ‘한국 문화원’이 세워지고 있다. 한국문화원 앞 길(600미터)은 베들레헴시가 공식 승인한 ‘한·팔 우정의 길(Korean·Palestinian Friendship Street)’이 뻗어있다. 이는 20여 년간 팔레스타인에서 사역한 강태윤 선교사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가능했다. 다음은 강 선교사와의 일문일답. -이곳은 아주 복잡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제한된 정보로 이해하는 게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 땅은 가장 먼저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편견인가. “이스라엘은 예수의 마음을 품고 현실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맹목적 지지나 감성적 접근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편견이나 무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모두 복음이 필요한 땅이다.” -팔레스타인의 개신교인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엔 250만 명 정도가 살아가는데, 개신교인은 200여 명 안팎일 거다. 거의 소수다. 장기적 관점의 선교가 필요하다.” -문화원 건립 이유는. “선교를 위한 ‘기지’가 필요했다. 장기적인 사역을 하려면 확실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특히 베들레헴은 예수가 태어난 땅이라서 기독교에 대해 개방적이다. 분명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 -센터의 역할과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이다. 이곳 아이들은 고아가 많다.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이를 위해 유치원, 태권도 사역, 어린이 도서관, 예배실, 선교사 숙소, 공연장 등의 공간을 짓고 있다.” -한국 이미지가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한방 선교팀이 왔는데 무려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곳엔 한류도 들어와서 한국과 상당히 친밀하다.”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곳은 선교의 기회가 정말 많은 곳이다. 영어교육을 위한 한인 1.5세나 2세들도 필요하다. 문화원 공사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 기도와 물질적 후원이 계속 필요하다. 한인 교계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도움문의: joyhous@hanmail.net 인터넷 전화: 070-7562-0868 글·사진=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2014-01-20

[이스라엘의 종교…상] 갈등과 공존…세속과 역사가 공존하는 땅, 이스라엘

성서의 땅 이스라엘(Israel)은 오랜 시간을 품고 있다. 역사와 현재의 간극은 크고 깊다. 시간은 변화를 가져왔고, 변화는 다양함을 생성했다. 21세기 이스라엘의 오늘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예루살렘부터 팔레스타인까지 성경의 온기가 스며든 땅을 직접 밟으며 이스라엘의 현재 모습을 취재 수첩에 고스란히 담았다. 성서의 실제 배경인 이스라엘은 그동안 교인들에게 ‘성스러운 땅’, ‘백 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복음을 예루살렘까지 전해야 한다는 운동)’, ‘회복돼야 할 민족’ 등의 다소 추상적 개념과 의미로 점철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 땅에 대한 흐릿한 관념을 선명하게 재조명한다. 본지는 신년 종교 특집으로 이스라엘 방문기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스라엘, 우선적으로 현실 입각한 이해 필요 종교·역사·문화·정치 다각도로 바라봐야 성지 개념 외에 이스라엘의 현재 함께 봐야 밤 문화 활성화·동성애자 축제도 열리기도 ◆얽히고 설킨 공존과 갈등 현대의 이스라엘(1948년 건국)은 종교와 종교, 전통과 세속,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땅이다. 이는 역설을 부른다. 공존 속의 갈등이다. 분쟁의 뿌리는 깊다. 종교는 갈등의 핵심이다. 유대인에게 이스라엘의 중심은 예루살렘, 예루살렘의 심장은 지성 소(하나님이 임했던 장소)다. 구약 시대 때는 아브라함이 아들(이삭)을 여호와에게 바치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성소는 유대인에게는 민족 존립의 본질이다. 예루살렘 성 동쪽에 위치한 그 자리엔 현재 이슬람 황금사원이 세워져 있다. 모슬렘은 그곳을 모하메드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로 믿어,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로 꼽는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발원지다. 이 자리에 대한 소유 및 탈환을 두고 이슬람과 유대교의 대립은 중동정세의 최대 불안 요소다. 이스라엘 전문가 이백호 목사는 "만약 중동 문제로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면 그 자리가 전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모슬렘을 제외하고 황금사원에 들어가려면 전신 검색 등 공항 수준의 까다롭고도 철저한 검사를 거친다. 일반인에게는 개장 시간도 하루 두 번 일정시간만 허용된다. 이스라엘 지역 한 선교사는 "그런 민감한 지역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땅 밟기 기도를 한다며 사원을 돌거나, 공격적인 전도를 펼친다"며 "이는 이스라엘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펼치는 무지한 전도 행위"라고 말했다. 황금사원 밖 아래쪽에는 '통곡의 벽'이 있다. 이곳은 유대인들이 황금사원이 위치한 지성소의 재건을 그리며 눈물의 기도를 이어가는 곳이다. 율법에 따라 검은색 복장을 입고 귀밑머리를 길게 꼬아 늘어뜨린 정통 유대인들이 몰린다. 그들에겐 오랜 역사적 갈등이 내재한다. 대립은 구약의 이스마엘과 이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외부에서 이를 단순히 해석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이 아닌 거다. ◆예루살렘은 역설의 공간 올드시티(Old City)라 불리는 예루살렘 성(전체둘레 약 4018미터)은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공존과 갈등의 역설이 축소판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성경속 예루살렘 성은 현재 북적대는 시장통으로 변해버렸다. 그 안은 이슬람, 알메니안, 기독교, 유대교 등 4개의 종교 지역으로 구분돼 2만 여명이 살아간다. 전체 구역 중 이슬람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데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간 '고난의 길' 역시 이곳에 있다. 한인 순례객을 비롯한 일부 크리스천은 이 길에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체험을 한다. 이때 나무 십자가를 대여해주며 수입을 얻는 건 주로 모슬렘이다. 십자가 대여업을 하는 한 모슬렘 남성은 "주로 한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온 기독교인들이 십자가를 지는 체험을 한다"며 "전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야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들의 종교적 행동을 굳이 막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비웃었다. 예루살렘 성내 모슬렘 지역에선 하루 다섯 번의 기도(살라트) 시간을 알리는 알림 방송이 곳곳의 낡은 스피커를 통해 매번 쩌렁쩌렁 울린다. 그때마다 인근 유대교 지역을 지나는 정통 유대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은 비일비재 하다. 기독교 지역엔 콥틱교, 가톨릭까지 다양한 종파가 존재하는 복잡 미묘한 곳이 예루살렘 성이다. 성 외부로 나와도 마찬가지다. 예루살렘은 길 하나를 두고 동예루살렘과 서예루살렘으로 나뉜다. 다소 지저분하고 시장 같은 분위기의 동예루살렘은 주로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 사람들이 몰려 산다. 고급 쇼핑몰이 들어선 서예루살렘은 현대적 도시 문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유대인이 주를 이룬다. 예루살렘을 '홀리 시티(Holy City)'의 이미지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이지 않는 갈등 속에 극과 극의 상반된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는 도시가 바로 예루살렘의 현재다. ◆이스라엘에 대한 착각 유대인은 금요일 해질 녘부터 토요일 해질 녘까지 '안식일(Sabbath)'을 지킨다. 이때는 예루살렘 도심 일부가 적막에 휩싸인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엔 종교적 색채만 묻어나는 게 아니다. 소위 '세속화'된 이스라엘의 모습도 엄연히 존재한다. 안식일은 그런 세속적 유대인들 사이에선 하나의 전통 문화 정도로 여겨진다. 이들은 황금사원에 대한 첨예한 대립도,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오히려 그런 이슈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는 유대인도 많다.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한나 카스먼(24)씨는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꼭 성지의 개념으로만 생각할 순 없다"며 "이곳의 젊은이들은 이미 도시화된 삶을 즐기면서 종교나 역사는 하나의 과거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행정 및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는 국제 도시다. 예루살렘에서 차로 1시간 거리다. 이곳에서 유대 회당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밤 문화가 활성화 돼있고, 동성애자들의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한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텔아비브엔 '욥바'라는 도시가 있다. 구약의 요나가 다시스로 도망가려고 배를 탄 곳이며, 사도행전 10장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신식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욥바의 항구 앞은 세련된 젊은 남녀들로 북적인다. 물론 이들에겐 안식일의 개념은 사라 진지 오래다. 한시적인 과거에 현재의 이스라엘을 대입하는 건 무리다. 성스러운 이미지를 맹목적으로 투영하거나, 감성적 시각으로 봐야 할 이유도 희미해졌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현실에 입각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규정하기 힘든 유대인의 정의 혈통·인종·종교 등에 따라 갈리기도 이스라엘에 대한 '유대인 선교'는 방향성이 매우 모호하다. 수많은 교회가 '백투예루살렘'을 구호로 내세우며 이스라엘의 회복을 외치지만, 정작 '유대인(Jew)'의 대한 정의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란이다. 유대인에 대한 개념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토라(모세오경)를 매일 읽으며 율법을 목숨처럼 지키려는 극단적 정통 유대인이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종교인'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현대의 이스라엘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의 이스라엘은 성경에 따라 메시아에 의해 세워진 '다윗의 왕국'이 아니라는 거다. 이들은 납세나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반면 정부의 혜택은 받는다. 나라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게 종교인들이기 때문에 정부는 오히려 그들에게 복지 지원금을 제공한다. 종교적 구분 외에도 인종의 다양성은 개념의 혼란을 불러온다. 외부에선 기본적으로 유대인을 하얀 피부로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유대인은 모계 혈통을 우선 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자식들도 유대인으로 불린다. 유대인 사이에서는 구분하는 명칭도 각각이다. 에스파냐·포르투갈계 유대인, 중동의 유대인, 북아프리카계 유대인 등은 '세파라딤(Sefaradim)'이다. 완전히 검은 피부의 에티오피아 유대인은 '팔라샤(Falasha)'다. 만약 아시안 유대인까지 가세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과 미국서 이주해 온 유대인은 '아슈케나짐(Ashkenazim)'이라 불린다. 명칭의 구분은 유대인끼리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며, 차별을 생성한다. 백색 인종인 다수의 아슈케나짐이 이스라엘의 사회 지도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 인정 범주와 차별 문제는 이스라엘 내부의 논쟁거리다. 거기에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외국인, 유대인은 아니지만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 유대인과 결혼한 외국인, 유대교를 버렸지만 유대 혈통을 가진 사람, 해외 국적의 유대인까지 '유대인'에 대한 정의는 랍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교계가 외치는 이스라엘의 회복과 유대인 전도는 그 대상에 대한 원론적 의미부터 명확한 정립과 인식이 필요하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2014-01-06

"한인들이 팔레스타인 위해 기도해달라"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베들레헴시에서는 최초의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베라 바분(49·사진) 시장은 아랍계 기독교인으로서 무슬림이 다수인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에서 성별과 종교의 벽을 극복한 여성 정치인이다. 23일 바분 시장을 베들레헴 시청 내 시장 접견실에서 만났다. 바분 시장은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미주 한인들을 초청한 이유와 팔레스타인의 현실 등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베들레헴에서 성탄절의 의미는. "우리에게 성탄절 축제는 너무나 특별하다. 베들레헴은 예수가 태어난 곳이다. 예수 탄생의 기쁨은 전 세계를 향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를 한인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한인을 초대한 이유는. "베들레헴의 평화의 메시지는 성탄절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해져야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평화와 자유에 대한 증인으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 " -어떤 역할인가. "베들레헴의 평화는 우리만의 것이 아닌 전세계로 퍼져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분쟁이 없는 땅을 만드는 건 우리의 소망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평화를 갈망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한인들이 미국에도 널리 알려달라." -팔레스타인에게 평화란. "팔레스타인이 원하는 평화는 거창한 게 아니다. 우리는 자치지구라는 장벽 안에 갇힌 채 이스라엘의 제재를 받으며 살고 있지만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살길 바랄 뿐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우리는 갇혀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마음대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평화는 희망을 불러온다. 희망은 기쁨을 가져다주고, 기쁨은 웃을 수 있게 한다. 이게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다. 팔레스타인도 평등과 정의에 근거해 인간이 가져야 할 권리를 누리고 싶다.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팔레스타인의 내부 실정은. "시장으로 부임하고 난 뒤 시간이 날 때마다 팔레스타인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다들 삶이 정말 어렵고 힘들다. 실업률도 상당히 높다. 일을 구할 기회나 자리도 없다. 이를 극복 하기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을 위한 평화조약은 너무나 필요하고 절실하다." -한인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은. "기독교의 황금률(golden rule)을 아는가. 평화에 대한 건 아주 작은 부분에서 노력하며 시작될 수 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해주면 좋겠다." 베들레헴=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2013-12-27

[르포 아! 비운의 팔레스타인-(하) 장벽에 갇힌 슬픈 미래] 헤브론 시가지에도 무장군인 천지

26일 오전 9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지구(West Bank)의 베들레헴 검문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치지역에서 외부(이스라엘)로 나가려면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증이 필요하다. 20여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검색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에 옷차림은 허름했다. 그들은 대부분 막노동자다. 허가증은 팔레스타인 사람을 고용하는 외부 사람이 이스라엘 정부에 허가증 요청 서류를 신청해줘야 가능하다. 허가증은 외출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일을 마치면 바로 복귀해야 한다. 장벽 밖으로 나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함께 검색대에 섰다. 이스라엘 군인은 여권을 제시하려는 기자를 슬쩍 훑어보더니 곧바로 검문을 통과시켰다. 대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허가증을 면밀히 검사하는가 하면, 5~6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허가증을 소유해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나갈 수 있다. 한쪽에서 이스라엘 군인에게 급한 표정으로 계속 사정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 보였다. 군인들은 허가증을 들고 어디론가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다. 철장 사이로 그 남성에게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다. 이 남성은 “나는 분명히 허가증을 정식으로 받았는데, 내 이름이 명단에 없어서 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며 “힘들게 일을 구했는데 만약 나가지 못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허가증을 소지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겹겹이 쳐있는 철장과 쇳소리가 귀를 무겁게 자극하며 열리는 철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검색대를 통과한 라하르 다비(24)씨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주변에는 한번도 바깥 세상에 나와 본 적이 없는 친구들도 많다”며 “허가증에 적힌 시간에 돌아오지 못하면 집에 가지 못하고 구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들레헴을 나와 헤브론 지역으로 향했다.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충돌이 가장 빈번한 곳이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 10여 명이 떼를 지어 거리 곳곳을 수색하는 모습에 긴장이 감돈다. 군인들 무리 사이로 쓰레기와 폐품이 쌓인 공터에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보였다. 10살도 채 안 된 듯한 소년이 달라붙어 계속 "원 달러"를 외쳤다. 주머니에 동전들을 꺼내 손에 쥐여주자 순식간에 네댓 명의 아이들이 몰려든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유대인 정착촌’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 정부가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이스라엘 국적자 등을 불러와 모여 살게 한 공동체다. 이스라엘은 오슬로 협정(1993년)에 의해 팔레스타인을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안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유대인 정착촌이 점점 지역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서안지구 내에만 이미 200여 곳 이상의 유대인 정착촌이 들어선 상태다. 깔끔하고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유대인 정착촌과 허름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거 지역은 눈으로 봐도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철조망은 그 경계를 더욱 확실히 긋고 있다. 장벽 안에 또 따른 경계선이 존재하는 셈이다.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세 아이의 어머니인 샤하 슈마허니(46)씨는 울분을 토했다. 슈마허니 씨는 “자치지역이라고 내준 이 땅에 이스라엘이 짓고 있는 ‘유대인 정착촌’은 우리를 몰아내고 좁은 터전마저 빼앗으려는 것”이라며 “유대인 정착촌 안에는 최신식 주택부터 아이들을 위한 높은 수준의 유치원까지 있는데 철조망 너머로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좌절감을 아느냐”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직 철조망의 의미를 모른다. 같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분리된 채 다른 삶을 살아갈 뿐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슬픈 미래를 기다린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장열 기자]

2013-12-26

[르포…아! 비운의 팔레스타인-(상) 굳어진 차별과 가난 ] 거대한 도시감옥에 갇힌 사람들

이스라엘 허가증 없으면 사람도 차도 외부 못 나가 하루 종일 일해도 30달러 직업도 대부분 허드렛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장열 기자] 콘크리트 장벽에서 묻어나는 회색빛이 차갑다. 높이 8미터, 두께 50센티미터의 묵직한 이 장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분리선이다. 장벽은 700km에 걸쳐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서안지구(West Bank)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거대한 도시 수용소인 셈이다. 묵직한 회색 장벽은 팔레스타인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막아섰다. 25일 서안지구 내 베들레헴. 예수가 태어난 곳이다. 이곳은 아기 예수로 인해 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회색 장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다. 장벽 곳곳에 '우리는 살기 위해 저항한다', '눈물의 감옥은 희망도 가뒀다', '팔레스타인은 점령당했다' 등의 낙서는 그들의 슬픈 외침이다. 식당 종업원 아그리마 리쉬위드(23)는 "이스라엘은 자국민 보호라는 명목 하에 장벽을 세우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옥 같은 곳으로 몰아 넣었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증이 없으면 장벽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울분 표출에는 슬픈 현실이 숨어있다. 만약 팔레스타인 사람이 장벽을 향해 돌을 던지다 적발되면 이스라엘 군인에 의해 체포된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4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류중이다. 이곳은 분쟁 지역이다. 장벽을 두고 종교를 비롯한 정치·역사·가치 등이 대립한다. 관점의 차이는 무섭다. 팔레스타인에게는 '분리 장벽', 이스라엘에게는 '보호 장벽'이다. 장벽에 대한 높이만큼 갈등은 깊다. 이곳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터전인 동시에,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속에 이스라엘이 건국(1948년)된 지역이라 그렇다. 택시를 타고 베들레헴 외곽지역으로 향했다. 미터기가 없기 때문에 타기 전에 택시비를 미리 흥정해야 했다. 베들레헴 내의 택시비는 보통 20~30세겔(약 6~9달러) 정도다. 택시기사에게 나이를 물었다. 그는 28세의 젊은이다. 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엔하위키 아제엔씨는 "대부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택시 운전을 비롯한 목축, 막노동, 가내 수공업 등을 통해 수입을 얻는다"며 "하루 종일 일해도 기름값을 제외하고 나면 하루 수입이 100세겔(약 30달러)을 못 넘을 때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서안지구 외곽지역엔 부분적으로 파괴된 빈 집이나 건물이 많다. 길거리엔 뿌연 흙먼지만 가득하다. 대낮임에도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비 다루바디(75) 할아버지는 평생을 서안지구 안에서 살았다. 그에게 빈 건물이 많은 이유를 물었다. 다루바디 씨는 "이곳의 삶을 힘들어하다 결국 땅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다"며 "이곳에서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나 혜택을 제공받기 어렵다"고 했다. UN은 현재 팔레스타인 난민 수를 740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는 전세계 난민(1500만 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다루바디 씨가 대화 도중 한 길가에 버려진 폐자동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저 자동차에 붙은 번호판을 잘 봐라. 초록색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번호판인데 저 차는 절대 외부로 나갈 수가 없다"며 "이스라엘 정부에서 발급된 번호판은 노란색인데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자동차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차별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안지구 검문소는 삼엄한 분위기속에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검문을 한다. 검문소 주변에서 10여 분간 지나다니는 차량의 번호판을 살펴보니 실제 노란색 번호판을 단 차량은 출입이 자유로웠다. 사진을 찍으려던 기자를 보자마자 총을 든 이스라엘 군인이 다가와 신분 검사를 하겠다며 여권을 달라고 했다. 군인은 매서운 눈빛으로 "검문소 주변은 사진 촬영 금지구역"이라고 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숨겨진 현실은 차가운 회색 장벽이 평화를 막아선 결과다. 벽은 무너져야 한다.

2013-12-2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